Night of the Soulless Heathens – 425
by Jessie@AFNCC
#425. 남부의 패왕 6
괴수기병들이 돌진하기 시작했다. 무서운 기세로 땅을 갈아엎으며 돌진하는 그들 앞에 아랑기 왕국의 아직 녹지 않은 눈발들이 휘날린다.
얼어붙은 땅을 짓이기며 살과 이빨과 뼈로 이루어진 괴물이 죽음을 휘두르며 돌진한다.
그러나 아랑기안 가드들은 눈에서 불을 뿜으며 그 죽음에 맞섰다.
“보여주지!”
선두의 아랑기안 가드들이 할버드를 들고 돌진했다.
그들은 자신을 짓밟으려는 괴수의 앞으로 돌진해 괴수의 앞발을 할버드로 찍어버리고 창대를 돌려 땅에 찍었다.
창날과 창대가 거대한 쐐기가 되어 돌진하는 괴수기병의 다리를 땅에서 이탈시켰다.
거대한 괴수기병이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넘어지고 아랑기안 가드들은 넘어지는 괴수를 피해 옆으로 움직인다.
놀랍게도 이들은 이런 괴수들을 상대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마치 신화의 한 장면처럼 거구이긴 하나 인간의 영역에 들어선 존재들이 명백히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거대한 괴수들을 사냥한다.
“뒈져랏!”
아랑기안 가드들은 자신들의 원시적인 혈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을 입으로 뿜어내어 자신들의 검에 발랐다.
달궈진 검신이 괴수기병의 눈알을 쑤시자 타는 냄새와 함께 거대한 괴수기병이 고통에 몸부림친다. 아랑기안 가드들이 이렇게 괴수기병의 돌진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자 적들의 돌진이 주춤해졌다.
그때 아자딘의 신호와 함께 전령일족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얼마 되지 않는 전령일족들이 양익으로 나뉘어져서 그곳에서 화살을 날린다.
얼마 되지 않는 공격이지만 놀랍게도 정확하고 위력적인 화살들이 오우거 워밴드의 옆을 공격해 그들의 돌진을 방해한다.
본래라면 괴수기병들에 의해 와해한 대열에 돌입해 학살을 일으켜야 할 오우거 전사들이 옆에서 쏟아지는 화살들에 정신을 못 차린다.
오우거 마법사들이 방어마법을 시전하고 혈기평정의 혈마법을 사용해 흥분한 병사들을 진정시켰다. 그들은 침착하게 병력을 양옆으로 나누어 얼마 되지 않는 화살을 쏘고 있는 전령일족 궁사들에게 쇄도해 들어갔다.
어차피 전방의 아랑기안 가드들은 이미 불파의 모루가 되어 길을 막고 있다.
아랑기안 가드들의 숫자가 얼마 되지 않으니 결국엔 돌파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동안 아군의 희생이 얼마나 클 것인가.
저 단단해 보이는 모루를 피해 짜증 나게 화살을 쏘아대는 인간들에게 돌격한 것은 나름 합당한 전술이었다.
그러나….
“쏴라!”
얕은 고랑에 엎드려있던 드워프들이 일어났다.
반릉의 엘리트 병사들인 드워프 블런더버스 병들이 길가의 배수로 밭의 고랑 같은데 엎드려있다가 일제히 일어나 블런더버스를 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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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블런더버스 병들은 블런더버스에 총검을 달고 일제 사격 후 돌진해 총검으로 승부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아자딘은 병사의 희생을 막기 위해 철저히 그러한 운용을 거부했다.
블런더버스 병들은 일제히 블런더버스 사격을 가하고 뒤로 물러난다. 심각한 타격을 입은 오우거들이 분개해서 달려들었지만 이번에는 블런더버스 병 뒤에 배치되어 있는 머스킷티어들이 또다시 일제 사격을 가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자딘은 다음 진영으로 이동했다.
가젠 후작이 이끄는 양익의 기병대를 향해 아자딘의 히포그리프가 날아들었다.
“지금이다! 돌격!”
하늘을 날며 전황을 파악할 수 있고 원하는 부대에 접근해 그때그때 시의적절한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히포그리프는 그 값비싼 사육비를 충분히 해내고도 남았다.
아자딘의 명령을 받은 아랑기 왕국의 기병대가 출격한다.
양익의 끝단에 위치한 기병대들은 말에 박차를 가했다.
“달려! 달려!”
궁사들과 머스킷티어를 노리는 오우거들을 무시하고 달리고 또 달린다.
기병대의 목표는 오우거들 후방에 위치한 고블린 부대들 고블린 샤먼들이 깜짝 놀라서 주술을 펼치자 날카로운 가시덩굴이 자라나 그들의 길을 막는다.
“윽….”
“이런 젠장!”
고블린 샤먼들의 마법 때문에 기사들이 고꾸라질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그때 왕의 교회의 성기사들과 성직자들이 나섰다.
이들이 주문을 외우며 철퇴를 던지자 신성한 힘의 폭풍이 휘몰아치며 고블린 샤먼들이 깔아둔 가시덩굴을 찢어발겨 길을 열었다.
“아니?!”
“훌륭하군! 어디서 이런 성직자들이?”
가젠 후작은 신성 마법을 사용하는 성기사를 보며 감회가 새로웠다.
후작이라는 대귀족의 지위에 있으면서 신성마법을 제대로 쓰는 성기사들을 대체 몇 년 만에 보는 것인가?
왕의 교회에서는 아주 오래전 많은 성기사가 백색 마법의 힘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왕의 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아자딘의 군문에 이렇게 제대로 된 성기사가 있다니?
“신약으로 전향한 덕분입니다.”
“뭣?”
“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진심이오?”
“진실로 그렇습니다. 신약을 받아들인 성직자 성기사들이 백색마법의 힘을 되찾았습니다.”
“이미 왕화의 빛으로 증명하지 않았습니까? 야에가스 신족들은 말했습니다. 왕좌에 정당한 왕이 앉고 백성들을 수호하고자 하면 백색마력의 힘이 이 땅을 수호할 거라고 말이지요.”
아자딘이 이 남부 지역에서 활동하며 신약을 선포한 이래 많은 성기사 성직자들이 아자딘의 신약으로 개종하고 백색마법을 되찾았다.
그리고 지금 그 힘을 가젠 후작과 아랑기의 다른 여러 귀족 앞에서 드러내고 있으니….
“어….”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귀족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기적을 다시 돌아온 신성마법을 보며 그대로 말을 달려 고블린 병대에 들이받았다.
놀라운 충격량을 가진 아랑기 기사들이 고블린 병대를 휩쓸어버리며 적들의 후방이 말 그대로 찢어지기 시작한다.
그동안 아자딘은 또다시 히포그리프를 타고 날아가 이번에는 보병대에 당도한다.
아랑기안 가드들과 귀족 연합체들이 비웃었던 난민병들 변변찮은 장비도 없는 난민병들이지만 적이 찢어져 혼란을 일으키고 있을 때는 이들도 훌륭한 병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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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아자딘은 이들 사이에 잘 무장한 고참병들을 편성해놓았다.
“지금이다! 돌격!”
기사들이 찢고 지나가 혼비백산하고 있는 고블린들을 향해 난민병들이 투석을 던지며 접근한다.
슬링 투석은 갑주와 방패를 든 이들에게는 거의 피해를 주지 못한다는 게 정석이지만 아자딘 군에는 민중 성직자들이 있었다.
“믿어라! 왕화의 빛이 우리와 함께하니!”
“신성한 언약은 힘으로 자신을 증명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 왕의 뜻이다!”
아자딘의 신약으로 백색마력을 다룰 수 있게 된 성직자들은 축성마법을 부대에 걸어주었다.
슬링 탄환에 축성의 마법이 실리면서 이것들은 단순한 돌이 아니라 백색마력을 담은 매개체가 되었다.
이렇게 날아간 슬링 탄환들은 갑주건 방패건 탄환을 막아서는 이들에게 관통 피해를 줬다.
고블린 방패병들이 쓰러지고 나서 쏟아지는 슬링 탄환들은 그대로 대열을 무너뜨리고 그다음에 돌입하는 고참병들 창병들의 공격에 고블린들은 그야말로 일방적으로 유린당했다.
오우거들이 반전해서 보병대를 공격하려 했지만 그런 오우거들의 뒤통수를 아랑기안 가드들이 치고 나오고 다시 그들의 옆구리를 기사들이 반전해 공격하면서 아랑진 북부의 회전은 아자딘 군의 완벽한 승리로 막을 내렸다.
*********
“이런 젠장. 이야기가 다르잖아?!”
발타자르 왕자는 오우거 군단의 엄청난 병력 숫자에 놀라 아자딘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신했다.
오우거와 괴수기병을 앞세운 병력은 동수의 인간들을 가볍게 압도한다. 하물며 아자딘의 군대는 몇몇 고참병들을 제외하면 슬링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무기를 쓰는 농민병들이 대다수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예상과 달리 아자딘은 피해를 최소화하며 오우거 군단을 막아내고 대승을 거두었다.
다만 아자딘 군도 완전한 무혈승리를 거둔 것은 아니었는데 아랑기안 가드들이 미처 막지 못한 괴수기병들이 농민병들에게 돌진해 막대한 피해를 줬으며 적들을 소탕하기 위해 추격하던 병사들이 오우거들의 반격에 또 찢겨나가곤 했다.
그렇지만 아자딘 왕에게 전향한 성직자들과 성기사들 그리고 민중에서 새로 뽑은 성직자들이 신성 마법을 사용해 전투를 도움으로써 이들은 가진 무장에 비해 압도적인 전과를 거두었다.
이리되면 길을 열어준 발타자르 왕자의 입장이 난처해진다.
아랑기안 가드들도 귀족 연합체도 아자딘 왕의 편에 서서 오우거 군단을 막아냄으로써 자신들의 사명을 다했는데 발타자르 왕자만이 변경백의 의무를 방기해서 아랑기 왕국이 약탈당하는 걸 방치한 것이다.
뒤늦게 발타자르 왕자가 부하들을 이끌고 적들의 후미를 차단해서 살아서 도망치려 하는 오우거들의 퇴로를 끊었지만 그렇게 하자 오히려 도망치던 오우거들이 뿔뿔이 흩어져 아랑기 왕국 곳곳에 눌러앉게 되었다.
발타자르 왕자가 오우거들의 목을 잘라서 효수해서 자신의 전공을 자랑해봤자 백성들은 변경백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왕자의 행동을 경멸하고 비웃을 뿐이었다.
“괜히 변경백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가 오히려 입장만 난처해졌다. 그리고 그 전령일족 놈을 섬기는 사이비 놈들이 정말 신성 마법을 쓴다던데. 그럼 진짜 신왕이잖아?”
“네 왕화의 빛을 발현했잖습니까. 그는 진짜 신왕이 맞습니다.”
텔바린 길드의 상인 에라스마야는 아자딘이 신왕임을 인정했다.
발타자르 왕자로서는 속이 타는 소리였다.
“영혼 없는 불경자 놈이 정당한 신왕이라고? 너희들은 그걸 알면서 내가 그와 맞서게 했나?”
“이런이런. 곤란합니다. 왕자님. 당신은 분명히 그가 신왕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계셨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웃기지 마라! 몰랐다! 알았다면….”
“알았다면 그에게 왕좌를 넘기고 그의 가신이 되어 충성을 맹세하셨을 겁니까? 자신도 속이지 못할 거짓말은 하지 마시지요. 그가 오우거 군단을 막아내는 걸 보고 놀라 이제 와서 핑계를 대시는 것이지 본래 전하께서는 야심이 있으셨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에라스마야는 발타자르 왕자에게 끈적끈적한 미소를 지으며 물어보았다.
“…….”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발타자르 왕자는 아자딘이 신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지금까지는 야심 때문에 그것을 모르는 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몰랐다고 에라스마야에게 화를 내고 있을 뿐이라는 걸 이 엘프 상인은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신왕에게 찍히고 변경백의 사명을 소홀히해 적들에게 사실상 길을 열어주었는데 염려하지 말라니?”
“아자딘 왕이 신왕으로서 홀로 어둠에 맞서고 있는 만큼 어둠의 힘은 더더욱 강력하고 거세게 몰아칠 것이니까요. 메제리의 사도들이 도시 각지에서 신자들을 이끌고 암살과 소요를 일으킬 것입니다. 왕자께서 허락하시면 마녀단의 마녀들을 내륙으로 이동시켜서 도시 전체에 역병을 뿌리고 식량창고의 식량들을 오염시킬 것입니다.”
“네놈들이!”
발타자르는 그제야 자신이 손을 잡은 이들이 단지 북제의 세력이 아니라 사악한 사교도들의 무리임을 깨달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전까지는 어떻게든 통제할 수 있는 악의 무리라고 여겼다면 이제는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이형의 악임을 깨달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상상 이상의 악당 아니 마물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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